미국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건강 지표·평가 연구소(IHME)는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지역, 국가, 연도, 나이, 성별 등에 따른 자살 데이터를 분석해 학술지랜싯 공중보건(The Lancet Public Health)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자살로 인한 전 세계 연령 표준화 사망률은 10만 명당 약 15명에서 10만 명당 9명으로 거의 40% 감소하여 개입과 예방이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연령 표준화 사망률은 인구구조가 다른 집단 간의 사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 연령구조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사망률을 일컫는다.)
각국 평균 자살 현황을 보여주는 그래픽. 한국은 자살자가 10만 명단 16.7명이 넘는 최상위국으로 분류됐다. 논문 캡처.
한국은 10만 명당 16.7명 이상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 (첨부한 그래픽에서 자홍색으로 칠한 국가들)
참고로 통계청이 작년 10월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3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978명으로 전년보다 1072명 증가(8.3%)했다. 이는 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24.8명으로 가장 많은 숫자다.
계속해서 IHME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여성은 자살로 사망자가 50% 넘게 감소한 반면, 남성은 34% 감소에 그쳤다. 지역적으로 동아시아가 66%로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같은 기간 4개 지역은 남녀 합산 자살률이 증가했다. 중남미가 39% 증가했고, 멕시코의 경우 여성 자살률이 123% 증가했다.
2021년 세계 사망 원인 중 자살은 남녀 합산 21위를 기록해 AIDS(HIV 포함)보다 순위가 더 높았다. 남성의 경우 자살은 19번째 사망 원인이었으며, 여성은 27번째 였다. 지역적으로 동유럽이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이번 연구를 보면 남성은 여성보다 자살로 사망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반면 여성은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49% 더 높았다. 전반적인 자살 사망률은 남성의 경우 10만 명당 2.8명, 여성은 10만 명당 5.4명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폭력, 성폭행, 아동기 트라우마의 피해자는 자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과 사회적 박탈 또한 자살과 관련이 있다.
“자살률 감소에 대한 진전은 고무적이지만, 자살에 대한 낙인을 없애고 정신 건강 지원 시스템에 대한 접근의 장벽을 제거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조치이다. 특히 정신 장애와 약물 남용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그렇다”라고 책임저자인 IHME의 모센 나가비 박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