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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애국가 다 외웠는데… 4년뒤 꼭 부를것”
파리=강홍구 기자2024. 7. 31. 03:00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서 아쉬운 은메달
日서 태어나 ‘유도 천재’로 주목… 할머니 유언 따라 日대신 태극마크
“시상식 태극기 보고 행복 느껴”
“애국가 가사도 거의 다 외웠는데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따서 꼭 애국가를 부르겠다.”
105주년 삼일절을 맞아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재일동포 자매가 올림픽 유도 금메달의 꿈을 전했다. 일본 와세다대에 재학 중인 허미미(22·왼쪽)·미오(20) 자매는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후손(5대손)이다. 이미 한국 국가대표인 언니에 이어 동생도 최근 언니의 국내 소속팀(경북체육회)에 입단해 태극마크에 도전한다. 동생은 “일본 친구들이 두려워하는 한국 유도의 에이스가 되고 싶다.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스포츠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유도 대표 허미미(22)는 30일 파리 올림픽 여자 57kg급 은메달을 따낸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후 담담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 국적의 아버지와 일본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일본에서 다녔기 때문에 애국가를 배울 일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서 시상식 때 애국가를 울리겠다며 틈틈이 가사를 외웠다.
이 체급 세계랭킹 3위인 허미미는 이날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와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이번이 개인 첫 올림픽 출전인 허미미는 정규 경기 4분에 골든스코어(연장전)까지 총 6분 35초간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데구치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경기 3번째 지도를 받아 반칙패로 데구치에게 금메달을 내줘야 했다.
허미미의 은메달은 한국 유도가 파리 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었다. 한국 여자 유도 선수가 올림픽 은메달을 딴 것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당시 정보경(48kg급) 이후 8년 만이었다. 한국 여자 유도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조민선(66kg급) 이후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허미미는 “아직 멀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년 뒤) 다음 올림픽 때는 나이도 더 먹고 하니까 잠재력을 키워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웃었다. 이어 “제일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걸 보고 행복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6세 때 유도를 시작한 허미미는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도 ‘유도 천재’로 주목받던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일장기 대신 태극마크를 선택한 건 할머니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2021년 세상을 떠나기 전 “미미가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남겼다.
할머니의 유언을 따르기로 한 허미미는 한국 실업팀 경북체육회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임도 알게 됐다. 2022년 한국 성인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허미미는 지난해 자신의 생일(12월 19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도 버렸다.
개인 첫 올림픽을 마친 허미미가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도 할머니였다. 허미미는 “할머니가 계셨다면 ‘잘했다, 고생했다’고 말씀해 주셨을 것 같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음에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일본 사이타마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허미미는 한국에는 주거지가 따로 없어 대표팀 일정이 있을 때는 진천선수촌이나 호텔을 오가며 생활했다. 일본에는 잘 없는 새벽 체력 훈련 때문에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4학년인 허미미는 이렇게 숨가쁜 일정 속에서도 틈날 때마다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학업도 병행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할 일도 이미 정해졌다. 허미미는 “파리까지 같이 와준 훈련 파트너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를 사주러 가야겠다”며 웃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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