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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률가의 李항소심 판결문 독후 소감[핫이슈]

by 晛溪亭 斗井軒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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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률가의 李항소심 판결문 독후 소감[핫이슈]

김병호 님의 의견 25.03.31.월

주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 판결문을 읽어봤다. 별지(검찰의 공소사실 변경)를 빼고도 93쪽에 달한다. 검사 출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법률자문위원장)은 “판결문을 여러 번 읽어도 핵심 논리를 이해 못하겠다”고 했는데, 하물며 필자 같은 비법조인이 판결문을 읽고 시비를 가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일반인이 봐도 상식과 잘 맞지 않는 내용들이 눈에 띈다. 몇가지 느낌을 정리해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열린 정치적 명운이 걸렸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항소심이 열린 서울고등법원에 들어갈 때부터 방탄쪼기를 착용해 이목을 끌었다. [사진공동취재단]

1. 가장 쉽게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사진 ‘조작’ 결론의 타당성 여부다. 이 대표가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공개했던데,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는 발언을 재판부가 그대로 옮겨다 썼다. 재판부는 “원본은 해외 어느 곳에서 10명이 한꺼번에 포즈를 잡고 찍은 것이므로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면서 “(확대 사진은) 원본 중 일부를 떼내어 보여준 것이라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사진은 조작된 것이므로 피고인이 B(김문기)와 함께 골프를 친 사진이 아니다(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함께 골프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만으로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 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본 사진을 확대하면서 편집한 것도 아닌데 ‘조작’이라는 피고인의 거친 발언을 어떻게 그대로 갖다 쓸 수 있나. 심증이 있더라도 ‘조작까지는 아니지만 사진 내용을 신뢰하기 힘들다’ 정도로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 판결문에는 이 대표 입장에서 나온 판단과 표현들이 많다. 이 대표가 “(당시 김문기가) 하위 직원이라서 기억이 안난다, 인지 못했다”고 한데 대해 검찰은 골프를 김씨와 함께 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나온 거짓말이라며 기소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를 모른다는 발언을 갖고 골프 회동을 부인한 것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대표 발언에 ‘골프’ 관련 언급 자체가 없고, (인터뷰) 진행자도 골프를 쳤는지 여부를 아예 물어본 바가 없고, 당연히 대답도 없다. 원문 전체를 봐도 골프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자체’ ‘아예’ ‘당연히’ ‘나온 적이 없다’ 같은 표현은 이 대표 입장을 엄호한 것이다. 김씨와 골프를 쳤는지 여부를 이 대표가 굳이 확인해줄 일도 아닌데, 그런 부작위가 유죄는 아니라는 얘기다.

논리적으로 일견 맞을지 모르지만 만일 이 대표가 ‘불편한’ 골프 얘기는 고의로 피하면서 김씨를 모른다고 한 발언이 ‘알지도 못하는 자와 어떻게 골프를 쳤겠느냐’는 점을 드러내려 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대표가 골프 얘기를 안했지만 검찰은 그 속내를 알아차린 것이다. 사진 찍은 날짜는 아니어도 이들이 골프를 함께 한 사실이 알려진 마당에, 이 대표 발언에 ‘골프’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 주장이 무리라고 몰아가는 것은 재판부가 이 대표를 과신한 것일 수 있다. 이 대표가 김씨를 모른다고 하면서 골프 회동엔 NCND(확인·부인도 안함) 하는 전략에 재판부가 넘어갔거나 받아준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성남도공 김문기 처장, 유동규 전 본부장이 2015년 뉴질랜드 출장 당시 함께 찍은 사진(사진=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제공, 연합뉴스)

3. 행위 아닌 ‘인식’ 상태, ‘의견 표명’이라는 이유로 정치인 발언에 면죄부를 준 듯하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 하위 직원이라 김씨를 몰랐다는 발언은 인식 상태에 관한 것이라 ‘맞다’, ‘틀리다’를 따져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점은 아리송하다. 이 대표는 이후 경기도지사가 된 뒤 부당 개발이익 건으로 기소되자 사안 파악을 위해 그때서야 김씨가 실무자였음을 알았고,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를 했다고 했다. 검찰은 전화로만 통화해서 얼굴도 모른다는 이 대표 주장을 거짓으로 봤지만 법원은 전화통화 등은 처음엔 몰랐다는 그의 얘기를 뒷받침하는데 쓰였을 뿐 독자적인 의미가 없다고 했다. 또 ‘김씨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에 대한 배경 사실이나 보조 논거일뿐이고, 전화통화 발언도 인식 상태에 관한 것이지 행위 관련 발언이 아닌 만큼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다.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사안에서도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 등을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의견 표명’일 뿐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어서 허위사실 공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 편에서 “법률에 따라 용도 변경을 해줘야 하는 막바지 단계가 되니 성남시 나름의 해결책을 찾은 것”이라고 했고, 발언에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거나 ‘협박’ 등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 사실이 아니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https://youtu.be/3iggmQUgsrg?t=8

하지만 누구를 알았는지, 정부 규제를 위협으로 느꼈는지에 대한 발언이 인식 상태이거나 단순한 의견 표명이라고 한다면 명백히 잘못된 발언을 허위 사실로 처벌하기는 힘들 것이다.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을 넘어 공직자가 내뱉은 말은 인식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생각을 속으로 갖고 있는 것과 밖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다를 뿐더러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정치인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덕목인데도 재판부는 간과한 것 아닌가.

4.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표현한 사람의 내심의 의도나 개인적 이해득실 등 주관적 사정에 따라 그 표현의 객관적 의미가 좌우된다고 할 수 없다”며 “주관적 사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상 표현의 해석에 고려할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난해하다. 개인의 주관적 사정에 따라 표현을 했는데 그것의 객관적 의미라는 게 무슨 말인가. 만일 유권자들에게 잘 보이려는 주관적 사정에 따라 허위 사실을 유포했는데도 이를 인식에 관한 발언이니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정치인의 거짓을 방조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적극적 거짓말에는 가중처벌이 필요하지 않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일인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지지자들이 이재명 대표의 무죄가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2025.3.26 [한주형기자]

5. 민주주의 사회에서 재판 결과는 각자 유불리를 떠나 받아들이는 게 올바른 자세다. 정치 성향을 가진 판사들과 이를 부추기는 정치인들로 인해 ‘사법의 정치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재판 불신은 삼권분립과 민주주의를 위한 합의 정신을 깨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고, 범죄 혐의가 많은 야당 후보가 혹시 모를 조기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국민은 유죄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의 출마를 결코 반기지 않는다. 이처럼 국운(國運)이 기로에 선 중차대한 상황이라면 대법원이 나서 명쾌한 판단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 유력한 대선 주자에 대한 판결에 논란이 많다면 더욱 그렇다. 권위와 실력을 갖춘 대법원이 결론을 내려 누구도 그 결과를 부정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소극적 행위를 넘어 파기자판(破棄自判)에 나서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법원은 신속한 선고와 함께 국민 누구나 따를 수밖에 없는 권위있는 결과를 내놓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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