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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조광조,학포양팽손◑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by 晛溪亭 斗井軒 陽溪 2020.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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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 조광조 선생

서세 500주년기념

학술회의

<조광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심곡서원 활성화 방안>

 

일시 : 2019. 12. 26. . 13:00 ~~~

 

경기학회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  : 용인 심곡서원 정암 조광조선생 서거500주년 기념 학술회의 개최

[학술대회 한글파일 제공 : 경기대학교 강진갑교수(경기학회장,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

[HP] 010-6253-7190 , k1682a@naver.com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신창희(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컬창의산업연구센터 연구원)

주제발표3 |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49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신창희(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컬창의산업연구센터 연구원)

 

< 목 차 >

1. 머리말

2. 서원 활용의 한계점

3. 서원의 가치 구분

4. 심곡서원 활용기획 전략

5. 맺음말

 

1. 머리말

조선시대 거듭된 사화로 지방에 은거한 사림들은 서재(書齋), 서당(書堂), 강사(講舍), 정사(精舍) 등의 이름을 지닌 개별적 교육공간을 마련하고 성리학의 심화와 후학 양성에 노력하였다. 점차 그러한 학문적 기반이 두터워짐에 따라 자신들의 조직을 재생산하고 교육할 수 있었으며, 비로소 선현들을 기리고 제사하는 사당(祠堂)의 기능을 통합한 서원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서원의 건립과 확산은 관학(官學)의 쇠퇴와도 연관된다. 관학이 15세기 후반부터 점차 교육기능을 상실한 채 질적 저하 등의 한계가 드러나자, 사림들은 이를 비판하며 은거와 도학적 전통을 실현하려고 하였다. 즉 서원은 사림들의 교육거점으로 시작하여 선현을 숭앙하는 제향의 성격이 융합되었다. 더불어 지역사회의 교육과 교화를 담당하는 기능도 자연스럽게 강화되어 나갔다.50 조광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심곡서원 활성화 방안1542년 백운동서원이 최초로 건립되고, 이황에 의한 서원 보급운동과 함께 조선중기 이후 향촌사족들의 사회적 활동이 강화되면서 전국에 서원 건립이 보편화되었다. 더불어 국가에서도 서원장려책을 실시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명종 대에 17개에 불과했던 서원이 선조 때 사액서원만 100개가 넘을 정도로 급증하였으며, 18세기에는 전국에 700여 개에 이르는 서원이 조성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전국에 분포하게 된 서원을 중심으로 사림들은 자율적으로 경전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우주의 본질과 인간 내면의 진리를 탐구하고 나아가 이상적인 인간상 추구해 나간다. 아울러 서원은 지방 풍속과 예속을 교화하는 지역문화의 중심이기도 했다. 지역사회에 윤리적 가르침을 보급하고 향촌 질서를 재편하는 중심이었으며, 지역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1) 서원의 순기능이 계속 유지되었던 것은 아니다. 제향하는 인물과 운영 주체의 학연·당파·정치성향 그리고 문중의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이 시기 서원을 중심으로 향촌 유생들의 여론을 결집시켰기에 각 정파의 입장에서 서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본래의 교육적 기능보다는 향사의 기능 위주로 변화되었다. 또한, 면세와 면역의 특권을 남용하여 국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역기능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영조는 1741(영조 17) 300여 개의 서원을 혁파하는 조치를 강행하였고, 철종 대와 고종 대를 지나 1871(고종 8)에 전국 47개의 서원을 제외한 모든 서원이 훼철되기에 이르렀다.2) 400여 년의 기간 동안 다양한 요인으로 성격변화를 거친 서원이지만, 본질적으로 성리학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지역문화의 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사설 교육기간으로서 향촌 질서를 정하고 백성들을 계도·계몽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선현을 제향하며 그의 사상과 정신을 탐구하고, 나아가 그 안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추구한 유교문화의 산실임도 틀림없다.3) 정리하자면, 서원은 당대 지성들의 집회소였으며, 따라서 특별한 교육철학을 갖고 있었다. 이 교육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천하는 도덕적 인간을 육성하는 것에 있었다. 또한, 그러한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기 위한 사회교육 장소이기도 했다. 이러한 서원의 역사문화적 특징은 현대에 와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1) 박성진, 향교·서원의 현황과 현대적 활용: 경기도를 중심으로, 유교문화 현대화를 위한 향교·서원

조례제정 및 운영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 문화체육관광부·경기도청, 2013, p.38.

2) 문화재청, 서원 보존·정비 관리방안 연구보고서, 문화재청, 2010, p.9.

3) 문화재청, 앞의 책, 2010, pp.10~12.

주제발표3 |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51

 

2. 서원 활용의 한계점

현재 전국에 672개의 서원이 남아있다. 전체 서원 중 대원군 때 철폐되지 않은 47개소 중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난 12개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많은 서원이 시도지정문화재 유형문화재· 기념물·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서원이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는 역사적·학술적·경관적 보존가치가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서원은 그것이 내포한 활용가치 또한 주목받고 있다. 서원은 전국에 걸쳐 산재되어 있기에 문화재를 매개로 한 활용정책을 수립하기에 용이하다. 게다가 장소를 중심으로 인물·사상·유물·경관 등이 엮여져 있어서 문화기획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런 연유로 문화재청은 2014년부터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4) 문화재청, 위의 책, 2010, p.98. 참고하여 재구성

52 조광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심곡서원 활성화 방안

 

[1] 서원 활용 프로그램 일반 현황4)

활용방법 활용내용 활용장소 활용기간 활용대상

제 향 제향 인물에 대한 향사

사당, 재실, 전사청

향사 시기 유림, 문중

예절교실 학생 대상 집단 교육 강당, 재실

주말 및 방학

집중

·중등 학생

교양교실 일반인 대상 집단 교육 강당, 재실 하절기 집중 초·중등 학생

한옥체험 일반인 대상 숙박 체험 재실 상시 운영 일반인

동 아 리

전통문화 관련 동아리

활동

강당, 재실 상시 운영 일반인

전시관 등 제향 인문 중심 전시 신설 전시관 상시 운영 일반인

 

 

해당 사업을 통해 서원 활용 프로그램 운영비가 국비로 지원되고 있다.5) 2019년 기준 6년째 운영되고 있는 사업이지만, 몇 가지 한계점이 관측된다. 서원의 소유주와 운영주체, 그리고 운영조직이 각각 다른 경우가 많아 유기적인 협력이 어려워 보인다. 또한, 서원 활용에 특화된 전문가가 부족하여, 타 문화재에 적용된 프로그램을 장소만 바꿔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본고에서는 서원을 활용할 시 향유주체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서원을 중심으로 한 선적 혹은 면적 활용에 대한 논의가 아직까지 활발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앞서 나열한 역사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서원의 가치를 활용의 시각에서 구분해 보고자 한다.

 

3. 서원의 가치 구분

1) 서원의 보편적 가치

서원의 가치를 보편성과 특수성으로 구분하여 인식하면, 향유주체별로 세분화된 활용기획이 가능하다. , 보편적 가치를 강조한 활용기획을 할 시, 더 넓은 범주의 대상이 서원의 가치가 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서원의 보편적 가치를 규정하기 위해 세계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서원의 가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97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6)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번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세계유산 기준 중 ‘()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인 것에 해당됨이 인정되었으며,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유산 14건을 보유하게 되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등재 결정문을 발표했는데, 그 중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설명한 부분이 주목된다.5) 서원 활용 프로그램 운영비는 2020년부터 국비 40%, 지방비 60%로 구성된다. 사업에 참여한지 1~2년차 서원은 시범육성형에 해당되어 국비 4천만원 이내의 지원을 받게되고, 3~5년차 서원은 집중육성형으로 국비 7천만원 이내의 지원을 받는다. 6년차 이상의 서원은 지속발전형에 해당되어 국비 1억원 이내의 지원을 받게 된다.6)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에는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서원이다.

 

주제발표3 |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53

 

신청 유산은 향촌 지식인들에 의해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 사이에 건립되었다. 이 유산은 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필암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무성서원, 돈암서원 9개로 구성되었으며, 이들은 전국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이 유산은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 한국 사회의 많은 부분에 기초가 되었던 성리학 교육을 증진한 교육기관의 탁월한 증거이다. 서원에서 향촌 지식인들은 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교육 체계와 유형적 구조물들을 창조하였다. 그들은 성리학 경전과 연구를 수행하였고, 세계에 대한 이해와 이상적 인간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들은 향촌사회의 선현들을 제향하였고, 제향 인물을 통해 강한 학문적 계보를 형성하였다. 또한 향촌 지식인들은 이 유산을 기초로 다양한 사회적·정치적 활동들을 통해 성리학이 사회 전반에 전파되는데 기여하였다. 이 유산은 동아시아에 전파되었던 성리학이 지역화되고 번영된 독특한 과정을 통합적으로 보여준다. 이 유산은 한국에서 서원 건축의 정형화에 의해 완성된 독특한 문화전통을 나타낸다. 9개로 구성된 이 유산은 한국 서원의 특성과 발전을 보여주며, 서원이 건축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발전하였는지 각각의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

 

위의 내용에서 설명하고 있는 세계유산으로서 서원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성리학 경전을 연구하며 세계에 대한 이해를 탐구하고, 나아가 이상적 인간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점을 들고 있다. 더불어 제향 인물을 중심으로 한 학문적 계보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성리학을 사회 전반에 전파함에서 찾고 있다. 이를 문화적 원형7)으로 정리하자면, 서원에는 이상적(도덕적) 인간형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성도덕성,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탐구성’, 그리고 학문적 계보를 형성하고 사상을 전파하고자 한 사회성이 내포되어 있다. 이 중에서 이상적인, 즉 도덕적인 인간을 만들고자 했던 서원의 원형적 가치는 그야말로 보편적이기에, 매우 7) 여기서 말하는 원형이란,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이 말한 인류 문화의 보편성이 집단적 무의식 속에 존재하고 있는 원형과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가 말한 초의식과 연관된 개념이다. , 원형은 인간의 무의식에 보편적으로 함축되어 있는 관념적 개념이며, 이는 특수성이나 상징체계를 만나 구체화된다.

 

(신창희 외,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도시 정책 수립 시론, 경기학연구2, 경기학회, 2017, pp.97~98.)

54 조광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심곡서원 활성화 방안

 

넓은 범위의 향유주체에게 효과적으로 이해되고 전달될 수 있는 가치이다. 나아가 인간성도덕성을 콘텐츠화 하는데, 구체적인 상징물8)이 필요하며, 필자는 그것을 선비로 바라보고 있다.

[그림 1] 서원의 보편적 가치 강조

선비는 서원에서 길러내고자 한 인간형의 전형이다.9) 그렇기에 서원의 보편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나타내기에 적격이다. 따라서 선비정신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향의 활용 기획이 수립된다면 주민, 지역민, 내국인을 넘어 외국인에게 서원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선비는 유교정신의 기본 바탕인 격물치지(格物致知)’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덕목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강령으로 삼고 있다. ‘()’은 공자가 논어에서 가장 강조한 덕목이며, 매우 넓은 개념이다. 대체로 공손함’, ‘관대함’, ‘자애로움’, ‘지혜로움’, ‘공경등의 내용을 포괄한다. 유학에서 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개인의 도덕적 자각과 도덕 수양, 도덕 교화의 사회적 작용을 중시했기 때문이다.8) 구체적 상징물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t Freud)가 그의 논문 무의식에 관하여에서 소개한 표상대리와 대동소이하다. 프로이드는 표상대리에 대해 본능은 결코 의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본능을 대변하는 표상만이 의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심지어 무의식 속에서 어떤 본능도 표상에 의하지 않고서는 표현될 수 없다라고 하였다. , 구체적 상징물(표상대리)은 서원이 내포한 보편적 가치(인간성, 도덕성 등)를 직접 활용이 가능하도록 끌어 올려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윤희기 역,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프로이트 전집 11, 열린책들, 1997, p.176.)

9) 정옥자, 서원·향교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유교문화 현대화를 위한 향교·서원 조례제정 및 운영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 문화체육관광부·경기도청, 2013, p.3.주제

발표3 |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55

 

()’는 모든 생각과 행동의 기준이며, 표준이다. 특히 맹자가 강조했던 사상으로 옳지 못한 일을 수치로 여기는, 윤리적 수치심과 연결된다. ‘()’는 윤리도덕을 생활화하는 실천을 뜻한다. 그러므로 예는 인간적인 삶의 구체적인 표현이자 양상이다. 앞서 설명한 인과 의는 예를 통해 실제화가 되며, 법이 타율적인 것이라면 예는 자율적인 도덕적 실현을 말한다. ‘()’는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지적능력을 말한다. 진리를 탐구하는 것도 지적능력을 통해 가능하며, 올바른 가치관의 통찰력도 지적능력을 통해 가능하다.10) 이와 같은 선비정신은 타 동양 국가의 전통적 윤리관과도 연결되며, 서양의 윤리관에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이나 종교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 넓은 범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서원의 보편적 가치임이 분명하다. 2) 서원의 특수적 가치앞서 밝혔듯이, 서원의 가치를 보편적인 것과 특수적인 것으로 구분하여 바라본 이유는 향유주체 별 구분되는 활용기획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이런 사고는 현재 서원에서 진행되는 활용 프로그램이 향유대상에 대한 고민이 없는 난맥상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서원의 보편적 가치는 주민과 지역민, 그리고 내국인을 넘어, 외국인에게까지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넓은 범주의 향유주체에 집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시 용이하다. 다만 보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각개 서원의 특수성, 즉 지역사나 제향 인물, 혹은 서원의 소장유물 등에 대한 강조가 전략적으로 흐릿해 질 수 있다. 따라서 보편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은 서원을 통해 지역민이나 주민들에게 지역 유대감과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지역민이나 주민에 집중한 활용 프로그램을 기획을 할 시, 서원의 특수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서원은 대부분 배향하고자 하는 선현의 출생지이거나 고향, 성장지, 유배지, 관리로 근무하였던 곳, 은거하여 후학을 가르쳤던 곳, 묘소가 있는 곳에 입지한다.11) 따라서 서원의 특수성은 배향한 선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며, 이는 다시 지역사(지역인물, 선현과 관련된 사건 등)와도 연관된다.

 

10) 정범진, 선비전신과 현대인의 윤리의식, 한국선비연구1, 동양대학교 한국선비연구원, 2013, pp.7~8.

11) 영양군, 영산서원 복원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영양군, 2015, p.69.

56 조광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심곡서원 활성화 방안

[그림 2] 서원의 특수적 가치 강조

 

나아가 역사성이 깊은 서원은 조선시대 서책 보관과 출판의 역할을 수행했던 만큼 다양한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제향 선현 문집 및 전적, 연혁 변천 자료, 조직 운영 자료, 교육·제향 의례 자료, 서원 경제 자료, 향촌사회사 자료 등이 다양하게 보관되고 있다. 또한, 현판이나 금석기문이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활용 기획을 수립할 시 당해 서원의 특수성을 확보할 수 있다.정리하자면, 서원에서 배향한 선현을 중심으로, 그 인물 자체와 인물과 관련된 역사사건과 학맥도, 그리고 서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고유의 유물을 통해 각개 서원의 특수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인물 혹은 지역사와 연관되기 때문에 지역민과 주민의 지역 유대감 및 자긍심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이라는 것이다. 3) 서원의 경관적 가치서원은 유교사상과 풍수사상의 완벽한 조화와 결합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12) 유교의 최고 가치인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실천하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자연지형을 존중하며 활용하는 방식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시 서원을 조성한 사림들이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이상향으로 삼았던 점 또한 서원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퇴계선생문집의 내용 중 은거하여 뜻을 구하는 선비와 도학을 강명하고 학업을 익히는 사람들이 흔히 세상에서 시끄럽게 다투는 것을 싫어하여 서책을 싸 짊어지고 넓고 한적한 들판이나 고요한 물가로 도피하여 선왕의 도를 노래하고, 조용히 천하의 의리를 두루 살펴서 덕을 쌓고 인을 익혀 이것으로 낙을 삼을 생각으로 기꺼이 서원에 나아가는 것입니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성리학 수양론을 바탕으로 조성된 서원은 산세가 유려한 곳에 위치하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서원의 자연경관적 가치는 현대에도 유지되고 있으며, 위에서 설명한 것이 서원이 생래적으로 갖고 있는 경관적 가치라면, 현대에 와서 지역의 문화유산을 엮는 방식의 선적 활용과 인근 문화유산을 하나의 장소로 인식하는 면적 활용을 통해 새로운 경관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이 경우 활용 범위의 확장을 도모할 수 있으며, 활용 프로그램을 정주형에서 이동형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

 

12) 문화재청, 위의 책, 2010, p.12.

주제발표3 |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57

[그림 3] 정선이 그린 도산서원도(간송미술관 소장)

 

4. 심곡서원 활용기획 전략

58 조광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심곡서원 활성화 방안

서원의 역사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2장에서 보편적 가치와 특수적 가치, 그리고 경관적 가치를 살펴보았다. 주지하듯이 보편성은 서원에 내재된 인간성, 도덕성과 같은 원형적 가치를 선비라는 상징에 빗대어 활용 기획이 수립할 수있다. 이 경우 넓은 향유주체에게 전달될 수 있으며, 향유주체는 도덕적 귀감을 얻을 수 있다. 특수성은 지역인물이나 지역사, 즉 제향 인물이나 그 인물과 관련된 역사사건을 통해 활용 기획이 수립된다. 이 경우 좁은 향유주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며, 지역민이나 주민이 지역 공감대과 자긍심을 얻을 수 있다. 경관성은 주변 경관이나 문화유산을 통해 모든 향유주체에게 전달되어 지며, 활용기획의 다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논의의 범위를 좁혀, 앞에서 설명한 서원의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심곡서원을 중심으로 활용기획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심곡서원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현황을 살펴봐야겠다. 문화재청에서 2019년 발간한 2019 지역문화재 활용사업 290: 문화유산 유유자적책자에 따르면 심곡서원의 활용 프로그램은 뜻밖의 향교, 뜻밖의 서원’, ‘화조풍월, 신 풍류체험’, ‘용인의 조선 선비 열전’, ‘향교·서원 124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행사들은 심곡서원에서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용인시에 소재한 충렬서원, 용인향교, 양지향교 등과 연계하여 운영된다.

 

프로그램 명 일 정 참가대상 내 용

뜻밖의 향교, 뜻밖의 서원 5~10(2) 초등생

향교와 서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

를 초등생에게 전달하는 교육 프

로그램

화조풍월, 신 풍류체험 5~11(6) 일반인

향교와 서원의 공연을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

용인의 조선 선비 열전 5~11(10) 일반인

용인의 유학자를 재조명하는 일

반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

향교·서원 125~10(2) 일반인

향교와 서원에서 12일 동안 전

통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 2019년 심곡서원 활용 프로그램 현황

주제발표3 |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59

 

위의 표와 같이 심곡서원의 활용 프로그램은 초등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각 1건과 서원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체험 프로그램 1, 서원에서 12일 간 머무는 숙박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프로그램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위에서 강조한 보편성·특수성·경관성이 대입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13) 이에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현 시점에서, 직접 등재 대상이 되진 않지만,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인 심곡서원(사적 제530)으로 모일 국내외 문화관광 수요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 앞서 살펴본 서원의 보편성·특수성·경관성에 천착한 활용기획이 필요하겠다.

 

가 치 원 형 향유주체 기대효과 심곡서원

보편성 인간성, 도덕성 넓은 향유자 도덕적 귀감 선비

특수성 지역인물, 지역사 좁은 향유자

지역 공감대 및

자긍심

조광조

경관성 자연환경, 문화유산 일반 향유자 기획의 다변화 영남길

[] 심곡서원 활용 기획 흐름

60 조광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심곡서원 활성화 방안

 

위 표와 같이 심곡서원은 선비로 끌어낼 수 있는 인간성, 도덕성 등의 보편적 가치의 강조가 가능하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서원의 보편성을 통해 가장 넓은 범주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주민 혹은 지역민에 집중되어 있는 활용기획을 보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심곡서원은 숙박 체험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원스테이를 운영하며, 성리학이 지향했던 도덕윤리적 가치와 선비로 대변되는 이상적 인간상에 대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기획이 가능하다. 나아가 심곡서원의 제향 인물인 조광조를 통해 특수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묘가 용인에 있기도 한 조광조는 시대를 앞서간 개혁가이며, 급진적 이상주의자였다. 13) 다소 부족한 활용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심곡서원은 2014년부터 문화재청의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되어 왔으며, 2020년 기준 7년차를 맞아 지속발전형서원으로 구분될 예정이다.

 

비록 기묘사화로 좌절되었지만, 당대보다 후대에 더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조광조의 사상과 정신은 현대인에게 귀감이 되기 충분하며, 심곡서원을 거점으로 지역민과 주민의 공감대와 자긍심을 고취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심곡서원은 도심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도산서원이나 소수서원과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경관적 가치를 논함에 있어 기존 문화유산과의 연계를 고민하여 선적·면적 활용을 도모함이 적당하다. 먼저 심곡서원과 조광조 묘 인근을 면적 활용 대상으로 바라보고, 주변에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공원 및 상징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겠다. 또한, 근처에 소재한 충렬서원(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 용인향교(용인시 향토유적 제1)와 선적으로 연결하여 지역 유교문화자원의 의미를 강화함을 제안하고 싶다. 더 나아가 경기도에서 복원·조성한 옛길인 영남길14)과의 선적 연결을 통해 심곡서원을 찾는 관광객을 늘리고, 정주형 활용에서 이동형 활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겠다.

 

5. 맺음말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1981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초청으로 내한했을 당시, 한국의 여러 문화 중에서도 서원에 깊은 감명을 받았음을 표현했다. 특히 그는 전국적으로 보급 된 고급 교육기관의 존재에 대하여 도서관을 갖춘 아카데미가 도시에만 있었던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조선시대 때부터 향촌지역까지 대학 형태를 갖춘 교육기관이 존재했다는 점을 상당히 중요하게 언급했다.15) 이처럼 서원은 외국 학자의 시각에서도 그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는 문화유산임과 동시에, 당대 지성사의 거점이며, 전통 교육공간의 상징이고, 지역 정체성의 산실이다. 본 글은 서원의 다양한 가치가 활용 프로그램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서원의 역사문화적 특징을 살펴보고, 활용적 시각14)에서 서원의 가치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이 과정에서 더 넓은 범주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서원의 보편성을 규명하고, 좁은 범주에서 더 효과적인 특수성을 구분했다. 나아가 경관적 가치를 통해, 활용 기획의 다변화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구상을 심곡서원에 대입하여 살펴보았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하고, 이론 없는 실천은 맹목적이다라는 유명한 명제에 기반하고 있다. 더 많은 서원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정신을 전달할 것인지, 그리고 누구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남길은 신경준의 도로고를 기반으로 경기도에서 조성한 역사문화탐방로로, 성남시 청계산 옛골에서 출발하여 이천시 어재연 장군 생가까지 연결된 116킬로미터의 도보길이다. 영남길은 총 10개 코스로 세분되어 있는데, 그 중 3코스의 경우 용인향교를 지나고 있다. 심곡서원에서 용인향교까지의 거리가 약 7킬로미터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 활발히 운영 중인 영남길과의 연결을 통해 선적 활용을 도모할 수 있다.

 

15) 문화재청, 위의 책, 2010, p.95.

주제발표3 | 서원의 가치 구분과 활용기획 전략 : 심곡서원 중심으로 61

[참고문헌]

문화재청, 서원 보존·정비 관리방안 연구보고서, 문화재청,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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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 윤희기 역,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프로이트 전집 11, 열린책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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