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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강감찬·이순신·장태완 장군의 충심
입력 : 2024-01-03 19:18:45 수정 : 2024-01-03 19:21:13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1200만 고지를 넘어섰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마지막 작품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도 3일 현재 관객 400만 돌파를 향해 순항 중이다. KBS가 오랜만에 내놓은 정통 대하 사극 ‘고려거란전쟁’은 10화에서 시청률 10%를 찍고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고 이순신은 죽는다. 강감찬 장군은 귀주대첩에서 거란군에게 승리해 나라를 구한다. 누구나 아는 결말에도 관객이 구름같이 몰려든다. 초등학생도 결말을 다 아는 영화·드라마의 흥행 질주가 지난 연말부터 새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극의 결말을 알고 있다는 것만큼 김빠지는 것이 없다. 줄거리를 미리 누설하는 행위를 스포일러(spoiler·망치는 사람, 흥을 깨는 사람)라고 한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가 개봉된 1996년, 서울극장 앞에 줄지은 무리를 향해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외치고 도망간 이가 우리나라 영화계 스포일러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99년 ‘식스 센스’때는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는 스포일러에 배급사가 곤경에 빠지기도 했다.
위에 언급한 세 작품은 관련된 내용을 아무리 떠들어도 스포일러 걱정이 없다. 오히려 관람전 관련 역사 기록을 찾아보는 자발적 스포일러가 늘어나고 있다. 전에 없던 현상이다.
뻔한 이야기가 어떻게 힘을 갖게 됐을까. 공통된 요소는 ‘충(忠)’이다. 강감찬과 이순신, 장태완(영화에서는 이태신) 장군의 충심은 시대를 뛰어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전에도 충신이 등장하는 영화·드라마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감독과 배우들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세 작품이 공통적으로 차별화 되는 포인트가 있다면 충심의 방향성이다. 정우성과 김윤석, 최수종 배우가 해석해 보여주는 충은 위가 아닌 아래로 향해 있다. 군주가 아닌 백성을 위한 길이며, 입신양명과 부귀영화를 등져야 하는 고통과 희생의 길이다.
이순신 장군이 “아직도 모르겠느냐. 끝까지 일어나 기어코 항복을 받아야 한다”며 노량 불바다를 향해 돌격하는 이유는 백성들이 전쟁의 참화를 다시 겪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고려거란전쟁 1화에서 충주 판관 시절 강감찬(최수종 분)은 거란에 끌려가 노비로 살다 고려로 도망쳐 온 포로 사내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사내에게 양곡을 내어주며 이렇게 떠돌다 거란이 보낸 첩자로 몰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 이르며 다가올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는 결심을 다진다.
30경비단 포격을 준비하던 야포단에 사격 취소 명령을 내려야 했던 수경사령관 장태완 장군의 모습에서도 리더의 깊은 고뇌가 엿보인다. 정권 찬탈 세력을 물리치는 것보다 더 큰 대의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해 공격을 멈추게 되는 바리케이트 신은 서울의 봄 최고의 명장면이다.
영화와 드라마가 그리는 영웅의 모습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래를 내려다 볼 줄 알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진정한 충신을 원한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고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선거 때 국민의 충복으로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며 큰절까지 올리던 그 많은 정치인들이 어떤 방향으로 길을 걸었고 지금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볼 때다.
전경우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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